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자가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이용해 많은 자들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므로 왼쪽에다 넓은 도로를 내고 크고 작은 금과 의자를 이곳 저곳에 무질서하게 뿌려놓았다. 반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자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생명을 주고 싶었다. 그러므로 오른쪽에다 나무로 좁은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 하얀 종이 다섯 장을 순서대로 펼쳐놓았다. 그런 후 두 갈래의 갈림길입구에 이렇게 써놓았다. “금과 의자는 육에 기쁨을 주겠으나 허무함을 이기지 못하며 저 넓은 길의 끝에서는 썩어져 없어질 것이되 하얀 종이들은 마음에 늘 기쁨과 만족과 평화를 주며 영원히 썩지 않겠노라. 또한 저 넓은 길의 끝에는 사망이 있으나 이 좁은 길의 끝에는 편히 쉴 수 있는 낙원이 있도다. 그러므로 자기가 주인으로 섬기는 것이 왼쪽에 있으면 반드시 왼쪽 길을 오른쪽에 있으면 반드시 오른쪽 길을 걷겠노라.” 이제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다 그 두 갈래의 길로 모여들었으니 첫째 사람은 그곳에 오자마자 코앞에 있는 금과 의자들 가운데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들고 그 푯말을 힐끗 보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생명보다는 생명 없는 것들이 커지는 것에 있으니 왼쪽 길을 열심히 걷되 더 큰 금과 더 높은 의자를 얻으려는 간절함과 또한 그것을 얻을 때마다 느끼는 기쁨으로 인해 첫 번째 하얀 종이를 펴보고도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종이를 구겨버렸다. 또한 그는 자신이 걷고 있는 그 넓은 길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무시했고 자신이 왜 사는지도 몰랐다. 계속해 둘째 사람도 그곳에 와서 금과 의자부터 집어 들었으나 종이를 펴보고는 잠시 기뻤다. 하지만 그는 교만한 자이니 푯말을 대충 읽고 오히려 푯말을 이용해 다른 자들을 비난하고 정죄하되 그의 원함은 첫째 사람과 동일했다. 그러므로 그는 금과 의자를 붙들고 그 위에 종이를 얹은 후 왼쪽 길을 열심히 걸으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거짓말했다. “나는 믿는 자이니 내 몸과 혀로 범죄해도 결코 정죄함이 없고 나는 이미 마지막 종이를 받았으며 육의 기쁨이 마음의 기쁨이요 사망이 낙원이니라.” 한편 셋째 사람도 그곳에 와서 곧바로 금과 의자를 취했으나 하얀 종이를 얻은 후 기뻐했다. 또한 그 푯말을 읽은 후 금과 의자를 내려놓고 좁은 길을 만든 사람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하지만 잠시 후 마음이 변했으니 오른발은 오른쪽 길에 왼발은 왼쪽 길에 두었다. 그러므로 발걸음을 뗄 때마다 두발이 점점 벌려지더니 가랑이가 찢어지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한 손으로 종이를 잡고 두 손으로 금과 의자를 들고 위태롭게 왼쪽 길을 걸으며 언젠가 비가 내려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그러므로 잠시 얻었던 기쁨과 만족과 평화를 곧 빼앗겼으며 자신이 왜 사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손에 있는 그 종이 한 장을 보고 자신은 지금 오른쪽 길을 걷고 있으며 또한 마지막 종이도 얻었다고 착각했다. 네 번째 사람도 그곳에 오자마자 당연히 눈앞에 보이는 금과 의자를 먼저 취했으나 하얀 종이를 얻은 후 나무로 길을 낸 사람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또한 그 푯말을 보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천천히 살펴보며 낙원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안 보이니 믿지 못했다. 하지만 좁은 길을 낸 주인이 그의 간절한 마음을 보고 믿음을 선물해주니 그는 자신이 취했던 금과 의자를 배설물처럼 버리고 첫 번째 종이를 붙들고 주인이 원하는 길을 걸었다. 그러므로 그는 그 길에서 나머지 종이 네 장도 순서대로 다 얻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마음이 원하던 것을 얻은 그는 사람이 왜 사는지를 깨달았으며 또한 힘들어도 기쁘고 즐겁게 그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길은 찾는 이가 적되 왼쪽 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와 같이 아버지께서는 사람의 육체를 지으실 때 두 손을 공평하게 주시므로 누구든지 그 두 손으로 자기의 마음이 가있는 그 무거운 것을 오직 하나만 들 수 있도록 해두셨다. 마찬가지로 공평하게 두 발을 주시어 그 길이 넓든 어둡든 편하든 좁든 누구든지 자기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그 한 길만을 걸을 수 있게 하셨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자신이 원하던 영원한 사망을 거두든 영원히 슬피 울며 이를 가는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든 육신은 멸하고 영혼만 구원을 얻든 그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육체를 얻든 한 마음과 한 인격을 가진 한 영혼이 오직 한 가지만 영원히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에게 생명을 주는 진리를 붙들든 아니면 마지막에 썩어질 물질과 이 세상의 헛된 영광을 붙들든 둘 중에 오직 하나만을 자신의 주인으로 섬길 수 있다. 또한 누구든지 거듭남부터 영원한 셋째하늘의 새예루살렘성전까지 나있는 그 십자가의 길을 그 길의 주인과 함께 걷든 마지막에 사망으로 들어갈 이 세상의 길들을 공중권세를 잡은 자와 함께 걷든 역시 자신이 원하는 오직 한 길만을 택해 걸을 수 있다. 사람은 마음도 하나요 몸도 하나요 인격도 하나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리스도께서는 영이 거듭난 후에 자기의 생각에서 돌이켜 오직 의를 따르는 자들에게는 진리를 하나씩 깨우쳐주시며 또한 천년왕국과 그 천국의 끝에 올라갈 영원한 본향의 비밀도 알려주신다. 그러므로 사람이 왜 숨을 쉬며 사는지 또한 자신은 어제 왜 거기 있었고 오늘은 왜 여기 있으며 내일은 왜 거기에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답을 인간의 역사에서 수많은 자들이 알고자 했어도 결코 얻지 못하되 오직 십자가의 길을 걷는 자들만이 진리로 그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하여 생명의 말씀을 믿고 하늘의 푯대를 소망하는 자들이 사망의 땅과 흑암에 앉아있던 곳에서 일어나 이미 세상에서 나온 자들과 함께 거룩하고 신령한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거룩에 애쓰며 영광의 자유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의 허무함을 기쁨과 만족과 평화로 바꾸어주는 진리는 오직 본향에 계신 아버지께서 내려주시며 절망과 욕심과 두려움은 땅속에 있는 원수가 올려준다. 그러므로 살고자하는 마음을 가지고 진리를 붙들고 자기의 주인과 함께 그 좁은 길을 걷는 자는 마음에서 기쁨과 만족과 평화를 빼앗는 물질과 자신의 생명을 빼앗는 이 세상을 미워할 것이요 반대로 거듭난 자라도 그것이 없는 자는 아버지의 영원한 나라의 믿음과 소망이 없기에 다시금 불의와 죄악이 가득한 이 세상으로 들어가 오직 썩어질 것과 헛된 것을 취하며 선악을 쌓게 되니 그들의 영혼은 절망과 욕심과 두려움에 감싸이고 마음은 허무하다. 그러므로 며칠 동안 여행을 떠난 자가 볼일을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옴이 마땅하되 악한 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여행지에서 돈을 벌며 살림을 늘이는 자들은 어리석은 영혼들이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생명의 근원되신 아버지와 그의 아들이시오 창조자이신 그리스도를 아는 자는 이 말씀을 안다면 이를 지키면 은혜와 유익이 있을 것이요, 아버지와 아들을 모르는 자는 말씀에 자신의 생명이 있으니 이 은혜를 입는 것이 유익하다.